보안관은 죽지 않는다 <총과 도넛> by InDee




할리우드 영화를 보다 보면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단골로 등장하는 직업이 보안관이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어김없이 보안관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는 미국은 옛 서부 개척시대의 향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라라고 생각했었다. 한국으로 치면 대충 조선시대의 암행어사나 사또를 현대극에 다시 등장시키는 느낌이었달까. 여기까지 말하고 나면 미국에 대한 나의 상식 부족을 부끄러워할 차례다. 바다 건너 먼 나라의 상식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이미 너무 가깝고 친숙한 나라가 미국이니까. 


다행히도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아니 한국의 그 누구라도 알기 어려운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다. 제목부터 매력적인 <총과 도넛>이다. 저자 최성규는 30년을 경찰에 몸담고 있는 현 성북 경찰서장이다. 말하고 보니 나쁜 얘기를 하면 안 될 것만 같은 이유 모를 압박감이 들지만 책에 대한 짧은 소감을 풀어볼까 한다. 


국가를 막론하고 공권력은 항상 논쟁의 중심에서 멀어진 적이 없다. 특히 그중에서도 경찰은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힘이자 동시에 그 힘이 독이 될 수도 있기에 항상 양날의 검처럼 다뤄져 왔다. 당장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인 검경 수사권 논란도 결국 이 독이 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안전하게 잘 분배하느냐의 문제이다. 


하지만 나라별로 논란의 양상은 저마다 다르다. 한국은 정치적인 이유에서 주로 이슈가 된다면, 미국의 경찰은 보다 문화적인 맥락에서 더 복잡한 성격의 이슈 몰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장 작년에 있었던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흑인 인권 운동에 다시 불을 붙이며 크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경찰의 구조 역시 각 나라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중국과 같이 공안이 중심이 되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과는 반대로, 미국은 각 주 별로 나누어져 있는 선거인단 제도만큼이나 독특하게 경찰 조직도 다양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이야기한 보안관 역시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미국 경찰의 일부이자 치안의 한 축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여러 가지 사회적 역사적 맥락의 이유로, 나처럼 아는 바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미국 경찰은 특히 상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 지점에서 이 책의 표제로 쓰여있는 '존경과 혐오의 공권력'. <총과 도넛>은 너무나도 그 상징성과 책의 방향성을 탁월하게 나타내고 있는 언어라고 생각한다. 
 미국 경찰의 기본적인 정보들, 구조와 역사뿐만 아니라 경찰과 도넛이 어떻게 하나의 상징이 됐는지와 같은 미국 경찰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상징들에 대해 그 사회적인 배경을 하나씩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다. 마치 눈에만 익숙했던 옛날 회화들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시켜주는 도슨트와 같은 책이다. 


책에는 다양한 종류의 쓰임이 있다. <총과 도넛>은 실용서도, 문학도, 그렇다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인문학 서적도 아니지만, 미국 경찰과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현대 미국의 다양한 모습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가 되어준다. 하나의 맥락,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이해의 폭은 비약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앞으로 절대 미국에 나가서 살 계획이 없는데 굳이 알아서 뭐 하냐고?
글로벌 시대에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만약 나처럼 보안관을 사또쯤으로 생각하던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이해의 질적인 수준과 재미의 정도가 높아질 거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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