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같은 지금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 <감염의 전장에서 _ 토머스 에이커> by InDee




영화든
책이든 아주 드물게 이걸 이제서야 봤지 싶은 것들이 있다. 오래전에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그랬다. 제목부터 책의 디자인까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인상이라 읽을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나중으로 미룬 끝에 접한 <죽음의 수용소에서> 단번에 인생의 서가에 0순위로 이름이 올랐다
 
<감염의 전장에서>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똑같이 '~에서' 끝나고 7글자라 제목부터 비슷하고 표지에서 느껴지는 강한 인상 덕에 처음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봤던 느낌과 비슷했다. 이런 시기이기도 하고, 성공의 기억(?) 있기에 용기를 냈다.
 
<감염의 전장에서> 과학사, 그중에서도 '설파제' 얽힌 내용을 다루고 있다. 설파제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설탕과 다르다는 정도만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지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과학사라 전문지식이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읽기 전부터 걱정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 나라 이웃 나라>급으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여느 과학사 책과 같이 어느 개인의 고민, 연구, 개발의 과정 등을 예상했지만, 이런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도입부부터 책의 마지막까지 마치 전쟁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번의 세계대전 시대와 안에 살아가던 인물들의 상황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이 이토록 생생하게 만들어질 있었던 데에는 '디테일' '스토리텔링'이라는 가지 장점이 크게 기여했다. 470페이지의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사족 없이 여러 디테일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데, 이런 이야기의 디테일은 마치 고화질의 대형 스크린에서 영상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생생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디테일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내는 스토리텔링의 호흡이 좋아서, 편집이 잘 된 영화와 같은 느낌을 준다.




책은 설파제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1932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게르하르트 도마크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지만, 좋은 영화에서는 조연들이 빛을 발하듯,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디테일과 이야기가 살아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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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 당시 파스퇴르 연구소가 독일군에게 점령당했던 이야기가 짧게 등장하는데, 당시 연구소 수위로 근무 중이던 조제프 메르테스 노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어릴 개에 물려 광견병에 걸린 파스퇴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살아난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하며 연구소의 수위로 근무하던 인물이었다. 그러다 무력하게 연구소를 점령당하고 나 자 집으로 돌아가 자살을 했다는 내용이다.

겨우 페이지 정도의 짧은 일화일뿐더러 책의 주제인 설파제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얘기이지만, 이런 디테일들이 하나하나 인상적으로 남아서 당시 도마크라는 인물이 어떤 시대에 살고 있었는지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책을 설명하면서 영화의 비유를 많이 들었는데, 그만큼 영화화해도 좋을 정도로 생생하고 매력 있는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한다. 학창 시절, 역사를 숫자가 아닌 이야기로 인식하기 시작한 이후로 국사와 사회 과목의 성적이 급등했던 경험이 있는데, 아마 모든 역사를 <감염의 전장에서> 같은 매력적인 이야기로 배운다면 누구나 역사를 즐겁고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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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었을 때와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읽고 나면 제목과 책의 분위기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바로 이해가 가지만(심지어 죽음의 수용소에서 보다 감염의 전장에서가 훨씬 내용과 어울리는 적절한 제목이다) 아직 책을 접하기 전이라면 쉽게 접근하기에는 허들이 조금 있는 편이라는 . 아주 사소한 허들만 하나 넘고 나면 지금 같은 힘든 시기에 희망과도 같은 소중한 책을 만날 있을 것이다. 역사가 답을 알려주지는 않아도 답으로 가는 길은 분명히 갖고 있음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책이었다.

설파제나 과학사에 관심이 있든 없든, 총알이 날아드는 전쟁의 시대에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누구나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역할이 과장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팀의 일원이었습니다."
_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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