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가 우릴 지켜줄 거야 <깃털> <독립의 오단계> <하얀 까마귀> by InD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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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작가와 여덟 개의 이야기가 있다. 이들이 묶인 이유는 SF라는 장르 특성 때문이다. 네이버 웨이브와 함께 드라마로도 제작되는 시리즈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귀한 시도이다. 장르의 다양성을 응원하는 소비자로서 이런 시도들이 결과도 성공적이기를 바라고 있다.
 
아직 드라마는 보지 못했다. 드라마의 원작인 소설들을 모두 읽고 나니 기복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좋은 점이 많이 보여서 조금 안심이 된다. 작가별로 권의 책이 시리즈로 나와있는 귀여운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깃털 _ 김혜진
-깃털
-TRS 돌보고 있습니다
-백화

 
황폐해진 지구에서는 기계로 새를 날리며 죽은 이를 애도하고, 미래에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을 로봇이 하며, 오염된 자연에 인간이 적응하여 변형되기도 하는 세상. 각각 다른 이야기이지만 셋은 공통적으로 죽음에 대한 여러 형태를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대체로 흥미로웠지만 각각의 이야기가 갖고 있는 무게는 차이가 있었다. 번째 깃털과 번째 백화의 이야기는 기존에 만화나 영화 등의 매체를 많이 접해봤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세계관이라 장면 장면이 쉽게 상상이 가기도 하고, 이야기 자체도 소화하기 어렵지 않은 무난한 드라마와 같은 전개다. 반면 번째 이야기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는 로봇이 케어를 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장면은 지금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이야기가 갖고 있는 무게는 다른 이야기보다 훨씬 묵직한 주제를 다룬다.
 
확실한 개성이 있는 개의 이야기를 연달아 읽는 흐름이 좋았다. 특히 서로 완전히 다른 시간대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셋을 묶어서 보면 장르의 장점이 드러나는듯하다. 반면, 깃털과 백화와 같은 작품은 넓은 세계를 갖고 있음에도 짧은 분량에 작은 사건에만 포커싱하고 다소 급히 마무리를 짓는 느낌이라, 마치 창밖에 아름답고 드넓은 풍경이 펼쳐져 있음에도 밖으로 직접 나가서 보지는 못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 아쉬운 감이 있었다.  



독립의
오 단계 _ 이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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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의 오 단계
-새벽의 은빛 늑대
-루나 벤더의 귀가


법정, 요양원, 기업 지금도 존재하는 제도가 미래의 사회를 배경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 개의 작품. 특히 번째 이야기 독립의 오 단계에서는 철학에서의 고전적인 질문, 인간의 정의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벌어지는 기계에 대한 법정 다툼은 내용도 형식도 신선했다. 그에 비해 뒤의 이야기, 새벽의 은빛 늑대와 루나 벤더의 귀가는 비슷한 주제와 비슷한 인물 구도를 갖고 다른 코스튬을 장착한 느낌이 강한데, 작품 모두 격양되어 있는 이야기의 톤이 개인적으로는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작가 개인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구도가 다소 평면적이라 내용을 따라가기에는 편했지만 읽고 나서 어떤 생각으로 이어지게끔 해주는 포인트는 없어서 몇몇 장면만이 기억에 남는 것이 아쉬웠다. 특히 독립의 오 단계에서의 인상을 워낙 강하게 받은 탓에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아쉬움이 부각됐던 같다. 여성주의적인 성향이 살짝 보이는데, 굳이 어떤 메시지를 담기보다 느낌 정도만 나서 차라리 그런 쪽을 강화했으면 색이 뚜렷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얀 까마귀 _ 박지안

SF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의 번째 책인 하얀 까마귀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단편집이 아닌 하얀 까마귀 하나의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분량으로 수록돼있다. BJ, 방송, VR 이미 익숙한 소재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생생한 묘사 덕에 작품 속의 주인공 주노가 가상 현실에 빠져들듯이, 읽는 이도 금세 책에 빨려 드는 흡입력을 갖고 있다. 시작은 VR이었지만 막상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여고괴담을 보는듯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어 읽는 내내 긴장을 놓지 못했다.
비틀어진 우정, 왕따, 거기에 더해 오늘날 미디어와 인터넷 문화 등의 쟁점이 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이 결합되어 있지만 산만하지 않았고, 내면의 공포를 실체화 시켜주는 체험형 게임이라는 설정을 살려, 소설에 담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구체적인 현상과 형상들로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좋았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체험 측면에서는 가장 좋았기에 영상화 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나 SF8에서 드라마화되어 서비스 중이다.
도입부터 절정을 지나 마지막으로 다다르는 모든 과정이 좋았지만, 그에 비해 설명이 다소 많은 마지막 마무리는 조금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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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개인적으로 문학이든, 영화든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들을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납득할 있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스토리텔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로 치면 연출이 될 텐데, 이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말임에도 불구하고 장르 소설들에서는 유독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나는 SF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이스토리가 아동용 애니메이션과 같은 껍질을 갖고 있어도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듯이, 어떤 형식은 그것을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이야기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기본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구조와 메시지가 뚜렷한 상태에서 현실의 제약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SF라는 장치는 사용만 한다면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작품이 있다.
이번 SF 우릴 지켜줄 거야 시리즈에서 공통적으로 좋았던 특징 하나가 모두 지금 우리와 친숙한 문제들이나 경험들을 기반으로 하면서 SF라는 장치를 통해 발짝만 나아간 느낌이라는 것이었다. 현실을 기반으로 말이 되게 풀기 위해서는 훨씬 어려웠을지도 모를 이야기들도, SF라는 장르와 만나면서 쉽고, 효과적이고, 재미있게 있으니 장점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생각한다.
그리고 아쉬운 점 역시 공통적으로 비슷했는데, 이야기의 밀도나 짜임새는 여전히 기성 문학 작품들에 비해 살짝 부족한 것이 아쉬웠다. 이런 아쉬움 들은 아직은 작은 시장에서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많이 소비하고 응원할수록 좋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질 있을 것이다. 이미 완성도가 높은 여러 작품들을 소개하는 SF 우릴 지켜줄 거야 같은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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