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들의 태도<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 _ 임태수> by InDee






'Beautiful things don't ask attention.'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2013>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다. 직역하면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정도가 될 텐데, 임태수 작가의 브랜드 시리즈 신간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에서도 같은 문장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것들은 주의를 끌려 애쓰지 않는다.' 


극 중에서는 아름다운 눈 표범을 보며 했던 대사이지만 이것은 브랜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기에서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이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자신들이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브랜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브랜드의 광고는 어색하지 않다. 소위 말해 브랜딩이 약하거나 잘못된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 굉장히 작위적이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광고를 보고 있으면 마치 '날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는듯하다. 반면에 좋은 브랜딩의 0순위 사례인 애플 같은 기업의 광고는 자연스럽다. 소비자들은 그것이 광고임을 인지하기 이전에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는 것이다. 
 어디 브랜드뿐만 인가. 우리가 흔히 좋다고 부르는 것들. 이를테면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 좋은 사람은 모두 한결같이 억지스러움이 없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물 흐르는 연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좋은 사람의 선행은 생활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자연스럽다를 임태수 작가의 방식으로 바꿔 말하면 '브랜드적'이라는 표현이 될 수 있다.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 와서는 오히려 조금 촌스러울 지경이다. 사람들은 이미 좋은 브랜드를 일상에서 너무 많이 접하며 체화하고 있어, 이건 마치 이십년동안 잠들어 있던 사람이 벌떡 일어나 이제부터는 인터넷 시대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브랜드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다. 이해보다 경험이 빠른 것이 브랜드니까. 
그런 면에서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는 저자의 오랜 필드 경험에서 나온 이해와 실제가 잘 녹아들어있어서, 브랜드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입체적으로 잘 느껴진다. 

브랜드의 시작은 이상적이지만 그 결과물은 지극히 실재적이다. _ p121

 


이 책은 두 부류에게 추천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째는 브랜딩 관련된 일을 하는 기획자나 디자이너와 같은 전문 직업인들이 있겠다. 
나는 브랜딩 전문가가 아님에도 늘 소속된 집단에서 홀로 디자인을 책임지는 위치에 가까웠기 때문에 늘 브랜딩에 대해 동료들에게 설파하고 다녔다. 하지만 나도 어려운 것을 남들에게 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여간 답답한 것이 아니었다. 
내 스스로도 어렵고 남들에게 전하는 것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대화가 통하는 친구와도 같은 책이라 반갑다. 굳이 어려운 말로, 이론적으로 풀어내는 책보다 조금 가볍고 조금 더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이런 책이 막혀있는 생각을 뚫는데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내내 '맞아 맞아'하며 머릿속에 구름처럼 있던 내용들이 문장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굉장히 반가운 지점이 많았다. 

둘 째로 평소 좋은 브랜드, 취향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브랜드라는 개념에 대해 대충 감을 잡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읽어도 좋다.
브랜드는 인격과 같아서 내가 타인을 따라한다고 해서 타인이 될 수 없듯 어떤 브랜드의 성공은 복제나 흉내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브랜딩을 학술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마치 에세이를 읽는 듯한 임태수 작가의 문장들 처럼 누가 읽어도 다가가기 쉽게 접근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에 더 관심을 갖고, 브랜드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더 흥미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브랜드가 스스로와의 약속이라면, 브랜딩은 그 약속의 실천이고, 브랜드적인 삶이란 곧 자아의 투영을 의미합니다. _ p222



잘 만들어진 브랜드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블루보틀부터 해서 책에는 다양한 브랜드가 언급되는데, 평소 잘 알고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가 빠른 반면에 생소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걔중에서도 브랜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브랜딩 하는 내용이 나와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가 좋아하는 옷 브랜드와 그것을 고르는 기준까지 설명을 듣고나니 어느새 설득당해 해당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열어보고 있었다. 브랜드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삶 자체가 결국 잘 짜여진 문장으로 완성 될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고 또 닮고 싶은 모습이기도했다. 

몇 달 전에 정말 인상깊게 봤던 영화 중에, <포드 v 페라리>가 있었다. 연출이나 배우들의 연기, 스토리 모두 좋았지만, 걔중에 가장 흥미롭게 봤던 부분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기도 한, 포드와 페라리라는 브랜드간의 차이였다. 두 기업간의 개성 차이는 너무나 극명하고, 그것이 단순히 외적으로 보여지는 것 뿐만 아닌 기업 내부적인 문화와 직결돼있다는 점에서 임태수 작가가 책 곳곳에 녹여 놓은 내용들에 대한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작가가 본업(?)을 그만두지 않고 애정을 계속 쏟는 이상 후속작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데, 앞서 언급한 영화와 같이 누구나 다 알지만 그 안쪽의 이야기들을 임태수 작가의 시선으로 다뤄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마치며. 
아이덴티티가 중요한 일을 하다보니, 평소에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이 아닌 나의 안목과 취향이다. 예전에는 마음에 들면 브랜드와 상관 없이 마구잡이로 물건을 구입했었지만, 지금은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그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인지를 먼저 보는 편이다. 단순히 명품이냐 아니냐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생각, 추구하는 방향등을 보고 내가 그것에 동의하면 구입까지 이어지곤 한다. 그렇게 구입한 브랜드의 실제 경험까지도 좋다면 그 이후로는 소위 말하는 충성 고객이 되곤 한다.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하겠지만, 지금은 어떤 브랜드와 '함께'가느냐를 잘 보여주는 것이 가장 세련된 방식이라 생각한다. 평소 물건을 구입하고나면 꼭 리뷰를 쓰고싶은 욕망에 시달리는데, 나의 선택의 이유에 대해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고, 그것은 곧 제품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 브랜딩 브랜디드>의 경험은 다른이에게 충분히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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