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개인<신문기자_모치즈키 이소코> by InDee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유독 어떤 판타지가 존재하는 특정 몇몇 직업들이 있다. 의사, 변호사와 같은 '사'짜 돌림 직업들과 같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직업들의 판타지가 있기도 하고, 많은 종류의 예술가들, 경찰, 군인, 소방 공무원과 같은 직업들도 고유의 환상이 존재한다. 앞선 사례들은 대부분 흔히 말하는 직장인의 범주에 속하는 대부분의 직업들과는 조금 동떨어진듯한 다른 인상을 주는 반면에, 기업에 속한 직원이면서도 특유의 판타지를 갖고 있는 직업이 기자라 생각한다.

일본 영화이면서 심은경이 주연을 맡아 국내에도 잘 알려진 '신문기자'의 실제 인물이 쓴 동명의 책. <신문기자>는 일본에서 이슈가 됐던 가감없는 대 정부 질문을 했던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신문기자라는 직업인으로서 담아낸 이야기가 수록되어있다. 기레기라는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은 욕을 먹기도 하지만 항상 역사의 중요한 현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기도한 기자는, 사실을 다루는 것 같지만 굉장히 주관적인 판단이 항상 개입되어야 하고, 따라서 기자 개개인의 가치와 태도가 그 직업의 방향을 크게 좌우하는 경향이 커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게 되는 원인이 된다.

최은창의 <가짜뉴스의 고고학>에서 이야기 하듯이 과거의 뉴스는 지금과는 개념이 많이 달랐다. 오늘날 관심을 얻거나 조작을 위한 '찌라시'가 초기 뉴스의 일반적인 형태였고, 사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들은 뉴스라기보다는 아주 짧은 픽션에 가까웠다. 하지만 머지 않아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극적이기만한 이야기들에는 사람들이 쉽게 질린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금 형태의 뉴스로 발전하게 되었다. 팩트를 말하는 것이 뉴스라곤 해도 사람들은 오늘의 뉴스를 쉽게 의심한다. 컴퓨터가 전하는 것이 아닌 사람이 전하는 내용이라 그에 얽힌 여러 층위의 이해관계가 뉴스에 분명하게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라는 직업은 비록 일반적인 형태의 기업에 종속된 사람들임에도 개개인의 주관과 역할이 매우 부각되기 때문에 처음에 말한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자에 대한 판타지가 형성된다.

<신문기자>에서 지금의 모치즈키 이소코를 유명하게 만든 사건에 대한 이야기, 그 이상으로 모치즈키 기자 개인사가 내용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자출신의 장강명 작가의 글과 같이, 기자 특유의 글쓰기에 약간의 기교가 더해지면 굉장히 술술 잘 읽히는 이야기가 완성되는데, <신문기자>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엮고 있음에도 한 편의 드라마를 쭉 보고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 드라마 안에서 모치즈키라는 한 인간의 다양한 면모가 입체적으로 잘 드러나고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 질 수 있었는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감 하게끔 만든다. 그것은 어느 한 순간의 객기나 용기가 아니라, 그녀가 평생에 걸쳐서 보고 듣고, 생각해왔던 것들의 집합이 빚어낸 결과로서 의미를 갖는다.

<신문기자>가 국내에서도 화재가 되는 이유는 우리의 정치 상황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세력에 가려지지 않는 밝은 빛의 발신지가 한 명의 개인이라는 점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읽기 전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더 포스트와 같은 특정 사건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했지만, 그보다는 한 명의 인간을 압축해서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한 간디의 문장이 무척 인상적이라 새겨둔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의 대부분은 무의미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으로 인해 자신이 바뀌지 않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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