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시간 여행 한 번 쯤은 <타임 트래블 _ 제임스 글릭> by InDee



오늘 내가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백 년 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아무도 태어나지 않는다면 77억 인구가 모두 사라지기까지 고작 백 년이다. 

 
"시간은 살인자다."
_P354

 
섬뜩한 상상이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스무 번쯤 튕긴 후의 세상은 대단한 능력 없이도 단지 백 년이면 가능한 얘기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한번 튕길 때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사라진다.) 
 
세상을 다 가졌다던 고대의 왕들이 불로장생을 찾아 헤맨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모든 것을 가졌어도 시간만큼은 남들보다 더 가지지 못한 것이다.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 절대적인 영역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더 현명해지기도, 더 어리석어지기도 한다. 나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그 숱한 이야기들에 매료되어 있다. 



 
"그런데 가는 것은 시간일까, 우리일까? 보로디츠키를 비롯한 시간연구자들은 '자아 이동'은유와 '시간 이동'은유를 구별한다. 어떤 사람은 마감일이 다가온다고 느끼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마감일에 다가간다고 느낀다."
_P164

 
"우리는 자신의 시간에 갇혀 있기에 대부분은 역사를 바꾸기는커녕 만들려 들지도 않는다. 클레이브 제임스 말마따나 가장 위대한 시인은 문학사를 바꾸려는 사람이 아니라 풍부하게 하려는 사람이다." 
_P245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은 나 같은 시간 덕후들을 위한 책이다. 제임스 글릭은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을 탐구하는 데에 도가 튼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전작 <인포메이션>에서는 정보에 대한 정보들을 싹 긁어모았다면, <타임 트래블>에서는 시간에 대한, 정확히 말하면 시간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을 수집하여 재구성해놓았다. 다만 이것이 '정보'보다는 까다로운 주제임은 분명하다. 숱한 천재들도 고민하는 시간 그 자체보다 시간 여행을 중심으로 울타리를 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의 380 페이지 정도의 책이 되었지만, 수많은 이야기들이 교차되어 있는 탓에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정말 많은 인용이 등장하는데, 원문의 90% 이상은 낯선 저작들이라 전혀 모르는 재료들로 가득한 이국의 요리를 맛보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서술과 나열 방식이 낯설 뿐 내용 자체는 특별히 과학적이라거나 특별히 문학적이지 않다. 저자의 직업이 학자가 아닌 기자라는 점을 알고 나면 여느 책들과는 다른 그 독특한 맛을 이해할 수 있다. 다양한 사료들을 특정 주제 안에 묶어서 보여주는 일. 그가 이 책에 담아낸 방대한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지면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4차원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려면 4차원 생물이 되어야 한다."
_P21

 
"우리는 조상들에게 없던 시간감각을 얻었다. 참 오래도 걸렸다. 1900년은 시간과 날짜에 대한 자의식의 불꽃을 가져다주었으며 20세기가 새로운 태양처럼 솟아올랐다."
_P53

 
"뉴턴이 용어를 정의하고 법칙으로 표현하려면 절대공간과 마찬가지로 절대시간이 필요했다. 운동은 시간에 따른 장소 변화로 정의되며 가속은 시간에 따른 속력 변화로 정의된다." 
_P96

 
"은유를 쓰지 않고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할까?"
_P154




정의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하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 맞기나 한지 의심이 되는 시간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영생의 꿈이 희미해진 지금, 시간은 유한한 우리에게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을 남기기 때문이다. 끝이 있는 삶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이 시간이 끝난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쌓아온 수많은 결과물들은 이 질문들 안에서 분주하게 진동하며 뱉어낸 것들이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평생 이야기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시간이다. 시간에 대한 수다들로 가득한 <타임 트래블>을 읽고 나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방향감이 흐려지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지도. 흔한 경험은 아니다. 

 

"시간은 무엇일까? 만물은 변한다. 시간은 우리가 그 변화를 추적하는 방법이다." 
_P311
 
"공간을 멀리까지 빠르게 여행할 수 있는데 시간 여행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를 위해. 미스터리를 위해. 향수를 위해. 희망을 위해. 우리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기억을 탐색하기 위해. 우리가 살았던 삶, 유일한 삶, 하나의 차원, 처음부터 끝까지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_P339

덧글

댓글 입력 영역


통계 위젯 (화이트)

221
186
142519

ad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