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팔자' 찾는 사람들에게 <우리 몸이 세계라면 _ 김승섭> by InDee


'아프니까 청춘이다' 와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공통점은 두 가지가 있다. 둘 다 베스트셀러라는 것, 제목에 아픔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둘의 공통점은 여기서 끝이다. 그 외에 나머지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다르다. 인문학 유행을 타고 양산되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을 선입견 없이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인듯하다. 김승섭이라는 이름도, '아픔이 길이 되려면', '우리 몸이 세계 라면'이라는 제목도 워낙 자주 봐서 외우고 있었지만 정작 책은 읽어보지 않았던 것을 <우리 몸이 세계 라면>을 통해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다. 


"누구도 아름다운 꽃을 앞에 두고 살의를 떠올리지 않겠지요. 그렇기에, 우리의 적이 숨어 있다면 그곳은 흐드러지게 아름답고 우아한 언어의 꽃밭 속일 것입니다."
_56p



이 책에 대해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트랜디한 제목과 읽기 쉬운 문체, 300페이지 이상 되지만 분량 자체는 그리 많지 않은, 요즘 유행을 따르고 있는 책이지만,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고 있는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의 몸을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시선과 방식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소재로 쓰여도 무방할 정도로 무게감이 있다. 



질문들


'정규직이 된 여성의 우울 증상이 증가한 이유'
'여성해방 운동, 어린이, 그리고 담배 마케팅'
'담배 회사가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이유'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인은 더 건강해졌는가'
'소득 불평등과 모멸감'
'타이타닉호에 탑승했던 사람들의 사망률은 평등했을까?'
'차별에 따른 스트레스와 건강'
'왜 가난한 사람이 더 운이 나쁜가'
'병원에게 죽음을 빼앗긴 세상'



이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은 익숙하지 않다.  특히 가난하면 운이 나쁘다든지, 사망률의 평등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그 인과관계를 읽어내기 어려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의료인의 시선을 넘어 사회적인 관점에서 여러 통계 근거들을 토대로 통념으로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짚어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부조리 함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은 진리를 찾아내고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려준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과학의 목소리를 신뢰하는 것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합리적 사고 과정 때문이지, 그 결론이 진리를 담보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_241p 






우리 몸이 세계라면

사회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것이자 동시에 사회가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은 당연한 통념이다. 그렇기에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개인의 몸, 건강이 사회의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가 쓰는 아픔이라는 말은 고작 해야 비유적인 표현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개인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우리 몸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사회의 결함에서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 가지 사례들을 쫓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주목하는 오늘날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몸과 질병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_328p




세상을 더 다양한 맥락으로 읽어 낼 수 있는 능력은 복잡한 사회일수록 생존을 위해 더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당장 가족과 친구, 내 몸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이 우리 세계 안에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사회를 더 입체적으로 '구성'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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