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적 상상력에게 전하는 빨간약<파란하늘 빨간지구 _ 조천호> by InDee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파란약과 빨간약을 건네며 말한다. 파란 약을 선택하면 지금의 안락한 삶을 유지하는 대신 진실은 영원히 모를 것이고 빨간 약을 선택하면 안락함을 포기해야 하는 대신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어디까지나 SF적 상상력이지만 실제로 우리는 안락함을 위해 아주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크게는 기업과 국가 단위의 기만까지, 고의적으로 사실을 외면하는 경우를 자주 목도한다. 선택 하나에 따라서 삶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영화 속 이야기와는 다르게 진실을 외면하는 대가는 크게 잡아봐야 양심의 가책 정도라 믿기 때문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이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권하는 빨간약이다. 다양한 내용이 등장하지만 요점은 단 하나다. 기후 문제에 있어서 최악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고 그것을 외면하는 대가가 양심의 가책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해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P184



-우리 애가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머리는 좋아요
사람이 갖고 있는 최고의 능력 중 하나는 상상할 줄 안다는 것이다. 상상력 그 자체만으로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목표를 설정 할 수 있게 해주고, 내일을 생각 할 줄 알게 하기에 모든 진보의 원동력이 된다. 의심할 여지 없이 뛰어난 이 고유의 능력덕에 눈부신 문명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문제는 이 상상력이 선택적으로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주장하는 기후 문제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60년도 더 전에 런던에서는 스모그로 만 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고, 그것을 계기로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범 세계적인 노력 끝에 현재의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라는 해피엔딩이라면 좋았을텐데, 정말 그랬다면 이런 책이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기록이 한 번 깨지면 우연이다. 다시 깨지면 우연의 반복이다. 세 번째 깨지면 추세가 된다.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P72 


요 근래의 몇 년 사이에 접하고 있는 기후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경험의 연속이다. 봄, 가을이 사라지고, 연속되는 태풍, 기록적인 폭염, 기록적인 한파, 미세먼지 등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가깝고 먼 변화들의 이유를 하나씩 짚어주고 있다. 거칠게 요약하면 지구 온난화 때문인데 이 용어를 처음 듣는 사람은 이제 막 출생신고를 마친 아기들 밖에 없지 않을까. 이 상태로 계속 변화가 진행될 경우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 까지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원인의 설명을 넘어 알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무지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물에 잠긴 도시, 회색빛 하늘, 말라버린 땅. 최악의 상상들을 이미 포스트 아포칼립스류의 영화나 소설등에서 숱하게 그려냈다. 그럼에도 그런 상상들을 나의 미래에 투영시키지 않는, 상상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태도가 진정한 위기이다. 

이건 마치 학창시절 가장 흔한 레파토리인 공부를 안해서 그렇지 하면 잘한다는, 전혀 의미 없는 말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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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하늘 빨간지구>는 분량 자체도 부담스럽지 않을 뿐더러, 컬러로 삽입된 다양한 자료들과 전문적인 내용도 쉬운 문장으로 풀어내어 친한 지인으로부터 편하게 이야기를 듣는다는 느낌으로 읽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기에는 시적인 제목만큼이나 사용되는 표현과 비유가 풍부하다는 것이 책을 한 결 돋보이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한 가지 좋았던 부분은 기후 문제를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운동으로 보지 않고 보다 현실적인, 정치적인 영역으로 본다는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극복을 해야 할 문제라면 개인들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는 더 뚜렷하다. 

상처에도 빨간 약을 바르고, 매트릭스의 네오도 빨간약을 선택하고 세상에 변혁을 가져왔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접하고, 모두의 머릿속에 빨간색 경고등이 마구 울리기를 바란다. 




'이제 과거는 미래의 안내자가 되어주지 못합니다. 우리가 유한한 세계를 무한한 세계처럼 살아서 생긴 일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 때문에 우리는 엄청난 위협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과거부터 인류가 선택한 것들이 축적되어 만들어졌습니다. 마찬가지로 미래 세계 역시 이 순간부터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고 질문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라고 자문해야 합니다.'

-P11





'우리가 정의롭게 변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금 가난한 사람의 고통은 곧 부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고통이 될 것이다. 여기서 존 던(John Donne)의 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떠올린다. 
...
"그러므로 누구를 위하여 조종이 울리는지를 알려 하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

-P207

덧글

  • 찬닙 2019/11/27 14:44 # 삭제 답글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읽으면서 내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했는데 잘정리해서 올리셨네요
  • InDee 2019/11/28 01:38 #

    전문적인 내용은 완전히 소화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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