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류이치 사카모토: 코다, 2017> by InDee


영화만큼이나 어쩌면 영화보다도 더 유명한 음악들이 있다. <마지막 황제>는 'Rain'을 듣기 위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자체로도 명작이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의 '기여'는 여러 영화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영화를 넘어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자 몸부림 치고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는 그 몸부림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의 멜랑콜리한 멜로디에 익숙해 있던 내게는 최근 그의 앨범은 무척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들이 채집되어 있는 그 앨범은 맘껏 빠지기엔 너무나 깊은 바다와도 같은 인상을 준다. 어찌보면 염세적으로 변한 그의 음악 세계를 통해 그의 심정에 어떤 변화가 있었음을 짐작할 뿐이었다.

변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변화를 받아들이는 이에게는 먼저 납득이란 것이 필요하다. <코다>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납득하게 해준 영화다. 비교적 최근에 그의 전시가 있었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가서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낯선 모습의 그에게 더 이상 흥미를 못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도 모종의 배신감 비슷한 감정도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다큐를 보고난 이제 와서 그때 그 전시를 봤었더라면 더 좋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명의 전시와 다큐는 서로 연장선 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침묵하던 일본인들이 각성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마음을 닫고 있었다.'라는 그의 말은 그의 행동과 음악 모두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세상에서 인간이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숨기지 않는 그의 모습은 충분히 존경받을만 하다. 하지만 이 다큐에서 보여지는 그의 모습은 지독하게도 외롭다.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가 아닌, 세상 속에서의 인간이라는 존재적 외로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열고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한 순간 부터 자신이라는 존재의 왜소함을 자각하고 한 없이 작고 고독해진다. 그래서인지 극중에서 다양한 소리를 집요하게 채집하고 탐구하는 장인의 모습들은 무척이나 쓸쓸하게 다가왔다.

그는 현재 암과 싸우고 있다. 그가 위대한 예술가인지는 내 짧은 식견으로 판단할 수 없지만, 그가 세상을 향해 내보이는 모든 몸짓들은 너무나도 예술적이다. 잔잔하게 울림이 컸던 다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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