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내 안의 어떤 것이 녹아 내렸다. 누군가의 삶에서 뚝 떼어져 나온듯한 한 토막 이야기들과 그 뒤에 이어지는 단상들이 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게 넌지시 말을 건네는듯 했다.
170페이지 짜리 짧고 작은 책이 주는 울림에 한동안 길을 오고갈때에도 곱씹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그들과, 나 모두에게 적용이 되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편적이다. 나는 그 누군가가 아주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야기가 쌓아 올려 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뻔한 이야기 일거라 생각하고 펼쳤던 책의 첫장의 첫 문장과 마지막장의 마지막 문장까지, 밑줄이 그어졌다.
"어떤 눈도 녹는다는것, 녹고 만다는 것.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설레거나 즐거운 것이 아니라 며칠 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p10
이런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풍경들은 쌓인 눈처럼 포근했다. 녹아버릴 것을 알지만 두려워 냉동실에 가둬버리는 약한 우리들에게, 더 이상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독여 주는듯 하다. 그러니 더 마음껏 사랑하라고, 언젠가 예정되었던 날이 찾아오더라도 그곳에 남은 마음을 기억하라고, 그러면 우리는 삶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 기록들.
나는 이런 시선이 너무나 고맙다.
"사라진 것들은 한때 우리 곁에 있었다.
녹을 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녹아버리기 때문에 사람은 눈으로 '사람'을 만든다.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사는 것처럼.
곧 녹아버릴 눈덩이에게 기어코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는 그 마음에 대하여, 연민에 대하여 나는 다만 여기 작게 기록해둔다."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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