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퍼펙트 데이 , 2015 by InDee


[어 퍼펙트 데이 , 2015]


살다보면 일이 꼬일대로 꼬여서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것 같은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 아주 드물게 해탈을 하기도 하는데, 너무 완벽하게 꼬여버린 상황이 갑자기 농담같아서,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기보다 오히려 헛웃음이 나와버리는 것이다. [어 퍼펙트 데이]는 바로 이 헛웃음과도 같은 영화다.


 '운수 좋은 날' 과 마찬가지로 '완벽한 날'은 완전한 반어적 표현이다. (완벽하게 엉망진창인 날이라면 모를까) 95년의 보스니아 내전 상황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구호 단체 NGO요원들은 첫 장면에서부터 우물에 빠진 거구의 시신과 씨름을 하고 있지만 여의찮다.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우물은 절대적인 자원이라 어떻게 해서든 시신을 빼내고 물을 정화시켜야 하는 상황. 어려워 보이지 않았던 일은 당연하게도 진창으로 나아간다.


이 영화는 언뜻보면 전쟁의 참상을 묵직하게 다루고 있는듯 하지만, 막상 계속 보다보면 묘하게 유머러스하다. 곧 끓어 넘칠듯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지속되지만 이상하게 계속 웃게 되는 것이다. 시종일관 유지되는 이 균형감에 감탄을 하다보니 이 영화를 뭐라 딱 잘라서 표현할 단어가 마땅찮은데, 블랙코미디라고 하기엔 슬프고 전쟁영화라 부르기도 애매해서, 웃프다 정도가 가장 적절하지 않나 싶다.

좋은 균형감과 더불어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 적절한 정도로 표현된 주제 의식 등, '이대로도 괜찮은 영화였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갈무리 할 때 즈음. 담백하게 지나가는 마지막 장면들은 지금까지의 영화들 사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엔딩이었다.


거친 풍자나 강렬한 비극이 아닌, '그럼에도' 웃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따뜻한 감수성이 참 좋았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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