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_ 글 김도헌 / 사진 이병률 by InDee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_ 글 김도헌 / 사진 이병률]

 세상 끝 어딘가의 외딴 섬 ‘추크’에 정착한  한 인간의 이야기. 김도헌이 쓰고 이병률 시인이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여행 에세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 
 ‘세상 끝’ 이라고 하면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같은 극지를 떠올리는데, 추크 섬은 대표적인 휴양지인 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속하는 작은 섬이다. 낯설긴 하지만 사실은 지구 한 가운데에 위치한 그 곳이 세상 끝의 외딴 섬인 이유는 심리적인 거리감에서 기인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땅에서 홀로 생각하는 인간, 얼마나 완벽하게 매력적인 주제인지! 책을 처음 알게 됐을때 바로 위시리스트에 추가했다. 

책은 어렵지 않게 금방 읽혔다. 하지만 막상 읽고 나니 이 책을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무척 난감해졌다. 처음 기대했던 에세이는 아닐 뿐더러 자전적인 성격을 띄고 있으면서도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사람의 깊은 내면의 이야기라고 하기엔 소설의 느낌이 강하고, 내러티브를 말하기엔 신화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참 어려운 책’ 이랄까.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다시 제목을 보았다. [세상 끝에 살고 싶은 섬 하나]. 책을 읽는 동안은 마치 여행 에세이 같아보이는 이 제목이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까지도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이 섬의 풍광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때론 좋은 사람과 이야기가 장소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기억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장소가 사람과 이야기를 품고 녹여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무척 동경해왔던 아이슬란드가 압도적인 대자연속에서 개인의 내면으로 끝 없이 침잠하게 만드는 땅이라면, 김도헌이 묘사한 추크섬은 상처받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처럼 하나의 풍경으로 녹여내는 조화로운 곳이었다. 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곳은 일상일 뿐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지만, 치열함이 당연해진 이 땅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일상이 천국보다도 더 멀게 느껴지는듯 하다. 

최근 소길댁으로 불렸던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의 관광이 과열되면서 그 동네를 떠나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마음만이라도 떠나서 잠시 쉴 수 있는, 추크섬 같은 땅이 온전히 남아있기를 소원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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