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의 탄생 / 페니 스파크,
디자인 소사 / 카타리나 베렌츠]
간만에 전공관련서적 두 권. 디자인의 탄생은 읽은지 좀 됐고, 디자인 소사는 근래에 안그라픽스의 이벤트를 통해 받게된 책. 어쩌다보니 두 권 모두 디자인사를 다루고 있어서 나중에 다 읽고 묶어서 비교해봐야겠다 해서 지금까지 미루게 됐다.(그리고 둘 다 안그라픽스..)
역사라고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짧은 디자인사지만, 그래도 나름의 주를 이루는 사관이 형성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접했던 다수의 디자인사 책들은 대동소이했다. 그런 부분에서 이 두 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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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탄생]은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넓은 범주를 다루지 못했던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다양한 분야의 여러 이슈들을 아우르고 있어서 한 권의 책이지만 꽤나 다각도로 현상을 바라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역사를 다루는 책으로는 드물게 작은 결론이나 방향성을 제시하려 한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 덕분에 그 부작용으로 현상들에 대한 깊이가 조금 얕아졌고 결론은 썩 와닿지 않는다. 그래도 교양서로 추천해도 좋을 만큼 도판과 내용이 풍부하고 어렵지 않게 읽혀서 두고두고 다시 살피기 좋다.
[디자인 소사]는 디자인의 탄생과는 다르게 도판이 거의 들어가있지 않고 수두룩한 참고문헌과 인용문으로 가득한, 작지만 내용은 꽤나 묵직한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역시 인물 중심의 서사를 따라가고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다루는 디자인 사관과는 출발점을 달리 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 이름도 생소한 '고트프리트 젬퍼' 라는 인물을 시작으로 보고있다. 사실 이 책에대한 해설은 책 말미의 최범 평론가 이상으로 잘 쓸 자신이 없기도 하고 많이 공감하기도 하기에 따로 뽑아낼 말이 궁하다. 디자인의 탄생과 마찬가지로 역사책 치곤 나름의 주관이 뚜렷한 책이다보니 큰 그림이 먼저 그려져 있는 상태에서 비교해가며 읽어야 영양가가 있을듯 하다.
역사나 신화나 별 차이가 없다는 것에 더해서 둘 다 과학은 아니기에 읽을때는 보통 문학작품을 읽듯이 하는데, 책 내용중에 이런 특성과 통하는 인용문이 있어서 가져왔다.
"왜냐하면, 만약 결정적인 형태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특정 시기를 위해 특정 재료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올바르게 이해하자면 사물이란 물질적 오브제일 뿐 아니라 기술.사회적으로 동결된 관계이기도 하다."
형태와 사물에 관한 디자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범주를 역사로 확대 적용해도 무리가 없다. 이미 끝난 사건임에도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계속해서 변주되는걸 보고 있자면 여러모로 재미있다.
핀트가 어긋났지만 클래식은 수만번을 우려도 좋기 때문에 클래식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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