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쉬 카푸어 展 by InDee

리움 미술관에서 전시중인 아니쉬 카푸어 展.
유명한 작가라고는 하는데, 사실 전시를 보기 전 까진 누군지 잘 모르다가, 작품들을 보고있자니
떠오르는 영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소스코드]. 특히 중간,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이 곳. 역시나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인 '클라우드 게이트'로, 시카고의 밀레니엄 공원에 설치되어있는 대형 설치미술 작품이다.














전시를 사진으로 봤을 땐, 전부 밍숭맹숭(?)한 동그랗고 큰 덩어리들 뿐이라 이게 뭐 볼게 있겠나 싶었는데, 실제로 접하니 사진으로 보던 것과는 그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일단 스케일도 스케일이고, 소재와 공간감을 무척 능숙하게 다루는 작가라 계속 보고있으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묘한 느낌을 선사한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형 설치작품. 꼭 거대한 호박같이 생겨서 저게 뭔가 싶었는데, 막상 저 밑에 서서 내부를 들여다 보면 꼭 우주에 있으며 이런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묵직하고 묘한 공간감이 느껴진다. 철 구조물이라 무게만 13톤이나 한다고 하는데, 단순히 구조물에서가 아닌 보이드에서 13톤의 압력이 느껴지는 듯 했다.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러 지는 것은, 바로 공간감인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이번 전시에서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눠진다. 그 중 첫번째로, 특유의 반사가 전혀 없는 안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지는 깊이감이다. 이 깊이감이라는 것이 꼭 빛이 전혀 없는 상태, 심연을 연상시키는데, 빛을 전혀 반사를 시키지 않는 덕에 아무리 보고있어도 꼭 평면 같기도 하고 끝도없이 깊은것 같기도 한, 묘한 느낌을 준다. 묘하다 못해 현기증까지 호소하게 만들었던 작품들. 빛을 모두 잡아먹다(?) 보니 명암의 정도로 사물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초점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기 현상이 생긴다.

느낌도 느낌이지만, 하나같이 벽과 일체화 된, 전혀 사람의 솜씨같지 않은, 단순하지만 치밀하게 깔끔한 작업물들이었다.


언뜻 봐서는 바닥에 검은색 원을 하나 그려놓은 듯 하지만, 실은 밑으로 깊이 파여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직접 보고 왔음에도 '그렇다고 한다.' 라는 어투로 이야기 하는 이유는, 아무리 들여다 봐도 이게 정말 깊이가 있는 건지 모를, 그냥 평면으로 보였기 때문. 안에다가 뭐라도 던져 넣어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만 안고 돌아왔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깊이감이 묘하게 달라진다. 옆에서부터 가운데로 이동하면 쑤욱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언뜻 보면 그냥 구를 잘라놓은 꽉 찬 반구 같지만, 안쪽이 오목하게 비어있는 작품이다. 역시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두드러지는 심연과 같은 공간감.


그리고 두 번째로, 빛을 흡수하는 것과 반대로 반사체를 활용해서 공간감을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앞서 이야기 했던 클라우드 게이트 처럼 완전한 반사체로 공간을 왜곡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미술관 야외에 설치된 작품들 처럼 넓은 공간속에 설치될때 그 느낌이 배가 된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너무 깨끗해서 거울을 찍었다는 느낌조차 나지 않는..



작품 앞에서 너무 즐거워하던 꼬마들.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같이 웃었다.


멀리서 봤을땐 저게 뭔가 싶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완전 반사체의 집합체' 들의 효과는 가히 환상이었다.

그 밖에,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은 공통되지만 방식이 달랐던 작품들. 작품들이 담는 주제가 거의 한결같아서 약간의 설명만 참고하면 그렇게 난해한 전시는 아니다. 사실 말 보다 느낌으로 온전히 전달하는 대단한 작가.

오랜만의 나들이었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작품도 좋아서 무척이나 알찬 하루였다. 전시는 웬만하면 혼자 보는 편인데, 이 전시는 지인과 함께 가서 그 느낌을 공유하면서 보는게 훨씬 즐거웠던것 같다. 특히나 사진발이 안받는, 사진으로는 그 느낌을 절대 알 수 없는 작품들이니 꼭 현장에서 마주하는걸 추천.

(사진이 안보이면 새로고침(F5)를 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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