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레-미제라블 , 2012 / 반드시 현장에서 볼 것. by InDee


 뮤지컬과 같은 '공연'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필터링 없이 이루어지는 현장감이다. 때문에 공연을 아무리 잘 녹화를 한다 한들 그 고유의 느낌이 제대로 살지 않아 감동은 반감 될 수 밖에 없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사실 영화를 보기 몇 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예고편만 대충 보고서는 케리비안의 해적과 같은 류의 블록버스터인줄 알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장발장을 제대로 읽어본적도, 내용이 잘 기억도 안나는 상태에서 레-미제라블이 두고두고 재탕(?)되는 뮤지컬인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고, 애초에 디즈니 영화나 세얼간이와 같은 인도영화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뮤지컬 형식의 연출 자체를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뮤지컬과는 거의 담을 쌓고 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전히 휴 잭맨, 러셀크로우, (특히)아만다 사이프리드+앤 헤서웨이라는 캐스팅 때문에 크리스마스 한파를 뚫고 영화관을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딱 두 가지가 아쉬웠는데,
하나는 러셀 크로우의 노래실력이었고, 다른 하나는 장소가 장소인지라 막이 내리고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레-미제라블은 편의상 영화축에 속하긴 하지만, 사실상 스크린의 형식을 빌린 뮤지컬이라고 보는게 맞는 것 같다. 이전에 맘마미아도 있었고 처음 시도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형 스크린앞에서 감상하는 건 처음이라 이전까지 봐왔던 작품들과는 확실히 색다른 구석이 있었다. 보통 영화에서 음악은 배경에 깔려서 보조하는 역할을 하거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같이 아예 음악이 비어있는 경우도 있지만, 뮤지컬은 그 음악이 전면에 나와있어서 이전까지 BGM의 개념에 익숙해있던 나로썬 그 개념을 이해하고, 대사가 아닌 노래를 하는 배우들에게 적응하는데에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다.

포스팅 처음에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런 뮤지컬이 스크린으로 옮겨왔을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연 고유의 특색인 현장감을 잃게된다는 것인데, 영화관에서 본다는 전제 하에, 레-미제라블은 동시녹음을 통해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고, 영화라는 형식에서 취할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서 결과적으로 그 효과가 썩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정된 무대에서는 볼 수 없는 현란한 CG와 카메라 워킹, 클로즈업, 소품 등은 연극 대비 영화의 장점을 다시금 일깨우게 만든다.

특히 이 영화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두 가지 이유는, 스크린을 통해 극대화 된 배우들의 연기와 배경과 소품들의 디테일에 있다.


영화를 봤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중 하나가 러셀 크로우의 캐릭터인데, 극중에서의 임펙트는 그 어느 캐릭터보다도 강렬했다고 생각 된다. 단지, 우려했던대로 뮤지컬 배우가 아닌 탓에 연기나 카리스마는 일품이었지만 노래실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통에 다소 집중력을 흐트리게 되는 요소가 되었던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히려 휴 잭맨이나 앤 헤서웨이는 기대 이상으로 노래도 잘 소화해내는 모습이라 어색함이 없었고 아만다 사이프리드 역시 그럭저럭 큰 무리없이 무난하게 잘 했다고 생각 된다.

레-미제라블은 주연급 배우들 보다도 오히려 조연급 배우들에서 유독 빛나는 모습이었는데, 아역 배우들을 포함해서 다들 실력이 괜찮아서 조연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더 집중이 잘 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포닌 역의 사만다 바크스는 원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에서 에포닌 역을 맡고있는 전문배우 답게 노래와 연기, 감정을 너무나도 완성된 하나로 표현해주어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마력을 갖고 있었다. 노래에서 감정이 이런식으로 묻어 나오는구나 라는, 뮤지컬의 묘미를 가장 잘 보여준 배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런 사만다 바크스의 경우만 보더라도 레-미제라블은 연기는 어땠을지 몰라도 노래에 있어서는 기성 뮤지컬 배우들에 비하면 오히려 마이너스 되는 부분이었다 생각한다. 캐릭터를 얻은 대신 현장감과 노래를 어느정도 포기했다고 한다면 내가 이 영화에 푹 빠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 배경과 소품은 음소거를 시키고 화면만 보더라도 상당히 괜찮은 부분이 많았던, 스크린이었기에 가능했던 가장 큰 득이었다.


무대와 다르게 스크린은 시공간의 제약이 없는 만큼, 다양한 연출과 기법이 가능하고, 거대 전함이나 산꼭대기의 수도원, 특히 '똥물'까지 재현된 프랑스의 모습은 영화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배경도 배경이지만, 영화에서 쭉 눈여겨 봤던 것이 복장과 같은 소품들이었는데, 배우들의 복장 하나 하나가 굉장히 센스가 넘치는 것들이라 이래저래 분주하게 눈을 굴리며 봤다.


여러가지로 장점이 더 부각되는 영화이긴 했지만, 결정적으로 긴 러닝타임과 더불어 뮤지컬의 특성상 지루해지기 쉽다는 점 때문에 아주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데엔 한계가 있지 싶다. 음악이 전면으로 나와야 하는 장르 특성상 음악을 마음대로 편집하는 것이 용이하지가 않기도 했고, 때문에 스토리 전개상 매끄럽지 못하게 생략되거나 불필요한 부분이 길게 늘어지는 등의 부작용은 꽤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영화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데 한 몫 하게 되었다. 또한, 이와 같이 뮤지컬과 영화의 경계가 애매한 작품의 경우 그나마 영화관과 같은 음향시스템과 큰 스크린에서 볼 때, 현장감이 살기 때문에 추후에 안방에서 다시 보기에는 그 느낌이 많이 죽지 싶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 의향이 있다면 꼭 현장(영화관)에서 볼 것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극중에 마음에 드는 장면이 꽤나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앞서 이야기 했던 사만다 바크스의 연기였다. 역시 뮤지컬은 노래가 메인인 만큼 얼마나 연기와 노래에 감정을 잘 나타내느냐에 따라 증폭되는 감동의 정도가 남다르다. 덕분에 그간 내외했던 뮤지컬 쪽에도 관심을 갖고 찬찬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분명 부족한 부분이나 한계도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볼거리 많은 소품들,  노래가 담을 수 있는 감정, 고전 명작의 되새김 등, 종합 선물세트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In this rain, we make a flower." 




덧글

  • 남선북마 2012/12/27 08:19 # 답글

    사만다 바크스는 고군분투하는 다른 영화배우들과는 달리 본업답게 참 여유있게 노래부르는 느낌이더군요..
  • InDee 2012/12/27 14:04 #

    노래를 한다는 것과 대사를 한다는 것 간에 괴리감이 전혀 없어서 놀랐었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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